울적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2021. 3. 25. 20:20그러니까 지금은

퇴근을 미루고 올려다 본 석양은 늘 멋지다. Photo by Jfanta

 

4년 넘게 다니던 회사의 처우 때문에 그만두고 소개를 받아 새로 자리한 직장은 두 대표의 등쌀에 못 이겨 3개월 만에 뛰쳐나왔다. 그리고 다시 들어간 곳은 대표가 이 바닥에서 명망 있는 '구루'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는 사람이었고, 이렇다 할 실적이 보이지 않자 퇴직금이 아까웠는지 11개월 만에 선심 쓰듯 권고사직 처리를 해줬다. 

 

실업급여를 받다가 직전 직장 대표가 사업자를 만들면 내가 담당하던 프로젝트를 가져가라고 하길래, 경험삼아 사업자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20%나 떼어가더라.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1년 간 그렇게 프로젝트를 운영하다가 마무리가 되고 그동안 협력사로, 조력자로 함께 하던 회사의 대표의 러브콜로 지금의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업력은 오래되었지만 이렇다할 대박 없이 늘 인건비를 걱정하는 그런 작은 회사. 뭔가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팀을 리빌딩하고 지금도 신규 제안 작업에 여념이 없다. 여기까지 지난 3년간의 요약이다.

 

아무튼 여러 답답한 상황들.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민간기업에서 나오는 제안요청서는 눈에 띄게 줄었고, 그나마 나오는 것도 나름 큰 프로젝트를 해봤다 하는 업체들만 참여해 돌려먹고 있는 것 같다. 나라장터에 뜨는 공공 프로젝트는 결과를 보면 공공 참여 실적이 많은 몇 개의 기업들이 독식하듯 가져간다. 2~3주의 시간과 인력을 갈아 넣은 제안서는 그렇게 허무하게 승자독식의 룰에 따라 2위 타이틀을 거머쥔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도대체 작은 회사는 어떻게 크란 말이냐... 욕지기가 터져 나오는 걸 억지로 삼킨다. 

 

생각이 많은 오늘, 회사 옥상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저녁 하늘을 올려다 봤다. 예뻤다. 그러고 보니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던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이제 자주 봐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아주 드물게 제안에 떨어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5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은,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받은 날이다. 

 

J.